IT는 新4D직종?

news 2008.10.30 15:19

"IT 서비스 산업은 3D가 아니라 4D입니다.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데다 멸시(Despise)까지 받는 직종입니다. 이것이 IT강국 코리아의 현실입니다."
 
최근 만난 IT서비스업체의 한 고위 임원은 소프트웨어산업의 근간이 되는 IT서비스 업계가 다른 곳도 아닌 IT 강국에서 '4D 업종'으로 전락했다며 연신 한숨을 토해냈다.

정치인도, 기업인도 입만 열면 'IT'를 외치면서 정작 IT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그의 하소연이다. 이같은 아이러니는 IT현장 여기저기서 목도되고 있다.

IT서비스 A업체에 근무하는 김모씨(36)는 최근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처지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현재 정부 산하기관의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맡고 있는데, 기관측에서 최근 갑자기 추가 기능 개발을 요구해옴에 따라 야근은 물론 주말까지 반납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이 기관은 추가 개발에 대한 보상은커녕 작업 일정이 초과될 경우 오히려 A업체에 페널티를 물리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IT서비스 업계가 느끼는 서러움은 회사 대표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중견 IT기업 B사 사장은 최근 포기한 X프로젝트만 떠올리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잠이 오지 않는다. 사실 이번 X프로젝트는 오랜만에 수주한 대규모 사업이어서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왔지만 결국은 투입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요즘 X프로젝트 대신 Y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Y프로젝트도 한 달 전 끝냈어야 했다. 하지만 고객사가 추가 개발을 막무가내로 요구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여기에 투입된 인력들도 서너 달 뒤에나 복귀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같은 난조가 이어지면서 당초 X프로젝트에 투입하려던 인력계획이 물거품이 돼 결국 눈물을 머금고 X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국내 IT서비스 사업은 이처럼 고객사의 말 한마디에 전체 일정이 휙휙 바뀌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행태를 띠고 있다. 사업 일정, 개발 과정, 개발 비용 등은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IT 서비스 업체의 난립으로 고객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혹시라도 고객의 요구에 마뜩찮은 표정을 내비치면 "일 하기 싫으면 그만둬라. 다른 사업자를 알아보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면박만이 돌아올 뿐이다. IT 서비스 업체에게 고객은 언제나 '초울트라 갑'이다.
 
A 업체 임원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한 유력 대학의 경우 ,예전에는 컴퓨터 전공자들이 다른 과보다 성적이 좋았지만 지금은 커트라인을 겨우 벗어난 수준"이라며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IT 서비스 업체가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지원이 줄어들고, 좋은 인재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IT 기술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SW 경쟁력 약화는 IT 서비스 업계만의 타격으로 끝나지 않는다. IT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 전반이 위축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IT강국을 떠받드는 SW산업이 4D로 전락한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IT강국의 미래는 캄캄할 수 밖에 없다.

Posted by 정이리